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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원한 7일의 도시/:: 이벤트 스토리

[백업] 영원한 7일의 도시 :: 여름과 바닷바람 - 4

by DACHAE_ 2021. 6. 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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4. 안

 

 

와타리를 보내고 펜션에 돌아오자, 따뜻한 빛이 가득한 주방에서 한참 분투 중인 안을 만났다.

 

안 : 저녁엔 모두 고기를 먹었으니, 야식은 담백한 디저트가 좋겠지! 어디 보자… 이제 계란, 설탕, 조미료가 남았으니까…음, 우선 설탕은 남겨두고, 남은 걸로 밤에 디저트를 만들자… 아, 지휘사님, 밖에 나가신 게 아니었나요?

지휘사 : 안이 뭘 하는지 신경쓰여서 들여다 봤지.

안 : 그다지 볼 것도 없는 걸요…

안 : 아 참, 방금 냉장고를 확인해보니 고기는 거의 다 먹었더라고요. 그래서 남은 계란과 과일은… 밤참으로 푸딩을 만들려고 해요.

안 : 거절은 안 돼요. 비록 이 섬에서 오래 지내는 게 아니라 식재료를 많이 챙겨오지는 않았지만, 최소한 떠나기 전에 모든 식재료를 먹어 치워야만 해요. 알겠죠?

지휘사 : 펜션에 식재료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던 거야?

안 : 네, 전부 제가 들고 온 재료들이에요. 레이에게 부탁했다면, 분명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사람을 고용해 휴게소 일을 돕게 했겠죠. 물론 편하긴 하겠지만, 즐거움이 줄어든다고요! 게다가―

지휘사 : 게다가?

안 : 다른 사람이 만든 것 보다, 제 요리가 더 맛있잖아요. 그렇죠?

지휘사 : 그건 그렇지…어쨌든 영예로운 메이드니까. 그러고 보니, 안의 수영복, 메이드 스타일이었는데?

안 : 헤헤, 눈치채 주셨군요? 맞아요. 특별히 주문한 거랍니다! 바닷가라고 해도 메이드는 메이드니까 풀어져서는 안 돼요. 직업 정신이라고요!

지휘사 : 너무 엄격하잖아…

안 : 가끔은 저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. 메이드 외에도 저에게는 다른 모습, 다른 신분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…

안 :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봐도 아무 것도 없었어요.

안 : 전 보통 여자아이가 될 수 없어요. 마음대로 다양한 미래를 선택할 수도 없고요. 제가 할 수 있는 건, 모두들… 그리고 당신의 곁을 지키는 거에요.

안 : 집에서든 해변에서든, 앞으로 어딜 가든, 전 항상 지휘사의 메이드로 있고 싶어요.

 

안은, 메이드로서의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.

그러니 그런 자신과 타협을 못 하는 거겠지.

 

그런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면서, 나는 잠시 그녀의 밤참 준비를 도왔다.

 

 

 

 

5. 앙투아네트

 

 

이후, 펜션의 방에 돌아가려던 중, 서재에 있는 앙투아네트를 발견했다.

따스한 불빛 아래에서, 앙투아네트는 책을 읽고 있었다.

 

앙투아네트 : 응? 지휘사님, 무슨 일이죠?

지휘사 : 별 용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, 앙투아네트가 뭘 하는지 신경쓰여서요.

앙투아네트 : 그렇군요.

지휘사 : 제가 방해한 건가요?

앙투아네트 : 아뇨, 그냥 조금 한가한 것 같아서, 책장에서 책 한 권을 찾았을 뿐이에요.

지휘사 : 앙투아네트는 어쩌다가 초대를 받아들인 건가요? 아, 당신이 와서 싫다는 게 아니라, 조금 궁금해서요.

앙투아네트 : 후후, 에뮤사가 걱정해준 것도 있지만, 저도 기회가 있다면 조금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요. 서류 분류 같은 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일이잖아요?

앙투아네트 : 그래서 다른 시공의 "저"에게 중앙청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어요. 그러니… 괜찮을 거에요.

 

앙투아네트는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.

 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, 보기 드문… 진심으로 홀가분한 미소였다.

 

지휘사 : 그렇군요… 저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. 그런데 이 책은… 동화책?

앙투아네트 : 네, 이 책에 흥미가 있나요?

지휘사 : 그냥 신기해서…이 집에 동화 같은 것도 있군요…

 

이 펜션의 책장에도 레이의 취향이 보인다. 대부분의 책은 책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.

 

앙투아네트 : 후후… 확실히… 레이는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죠. 방을 청소하는 사람이 뒀을 수도 있구요.

 

방금 그녀가 보던 책은 《인어공주》였다.

 

앙투아네트 : 아주 오래 전, 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. 하지만 그때와는 감상이 많이 달라지네요.

앙투아네트 : 예전에는 애달픈 사랑의 비극이라고 생각했어요.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.

앙투아네트 : 왜냐하면 결국 그녀가 쫓던 것은 사랑이 아니었어요. 바다에서 물거품이 될 때, 그녀가 부른 것은 이미 "그"의 이름이 아니었답니다. 그녀가 쫓던 것은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었어요….

앙투아네트 : 어쩌면, 거품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거에요. 그렇죠?

지휘사 : …본인이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그녀의 친구들은, 그녀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을 거예요.

앙투아네트 : …어…아?

앙투아네트 : 제가…거품이 될 리가 없잖아요.

앙투아네트 : 하지만, 당신의 뜻은 알겠어요. 전 남을 거에요. 당신이 절 필요로 하는 이상, 전 최선을 다해 남을 거에요.

앙투아네트 : 만약 인어공주에게 당신과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, 그녀의 운명도 달라졌을지도 모르죠.

지휘사 : 앙투아네트는요? ...저와 만나고, 운명이 바뀌었나요?

앙투아네트 : 저요?

앙투아네트 : 저 뿐만 아니라…「우리」의 운명은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했어요.

앙투아네트 : 시간이 늦었으니, 어서 자러 가요.

앙투아네트 : 오늘 모두와 함께 오랫동안 즐겁게 놀았으니, 피곤할 만도 하죠.

앙투아네트 :  지휘사님, 잘 자요.

 

앙투아네트는 어서 자러 가라고 말했지만, 왠지 모르게 눈이 감기지 않았다.

좀처럼 잠들 수 없었던 나는, 밤바람을 쐬기 위해, 조금 더 바깥을 산책하기로 했다.

 

 

 

 

6. 로나크

 

 

지휘사 : 음? 저건 로나크?

 

저 멀리서, 낮에 본 동굴 입구 쪽에 로나크가 있는 것이 보였다.

 저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… 우선 동굴까지 가 보자.

 

밤의 어둠 속에서, 동굴은 칠흑같이 어두워 어디로 통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. 

방금 분명 로나크가 이쪽으로 가는 걸 봤는데…어디로 갔지…

 

로나크 : 여기서 뭐 하는거지?

지휘사 : 으악―! 깜짝이야.

로나크 : 이 근처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혼자 가다간 길을 잃기 쉬워. 이런 섬에서 길을 잃으면 조난이나 다름 없지.

지휘사 : 하지만, 로나크도 혼자 왔잖아… 난 당신이 오는 걸 보고 따라온 거야.

로나크 : 낮에 니유 그리고 와타리와 이 곳에서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. 한번 살펴보지. 난 길을 잃지 않으니까 말이야.

 

로나크는 잠깐 침묵을 지킨 뒤, 고개를 약간 들었다.

 

로나크 : 밤에는 하늘을 보고 방향을 구분할 수 있지. 예를 들어, 밤에 별을 보면 특히 빛나는 것들이 있을 거야. 그것들을 국자 형태로 연결하면…

지휘사 : 나도 알아. 아이들도 아는 기본 별자리잖아!

로나크 : 그럼 한번 해 봐. 북쪽이 어디지?

지휘사 : 흥, 간단하잖아. 북쪽―…북쪽…음…

 

자세히 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. 지금 하늘에는 달은 있지만, 빛나는 별은 일곱 개도 안 된다.

 

지휘사 : 저…저쪽이지?

로나크 : …

 

아무렇게나 방향을 가리키자 로나크는 한숨을 쉬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.

 

로나크 : 역시 같이 가자. 내가 데려다 주지.

 

그렇게, 로나크는 앞장 서 걸어가며 길을 알려줬다. 

몸이 나무를 스치며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, 여름의 달빛 밑에서…우리는 조용히 나아갔다.

 

로나크 덕분에, 어떻게든 펜션에 돌아올 수 있었다.

 

 

 

 

7. 레이

 

 

슬슬 밤도 깊어졌으니, 이번에야말로 방에 돌아가자… 

그렇게 생각하며, 복도를 걸어가던 중, 레이의 방에서부터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.

 

이런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 건가… 나는 레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, 그녀의 방 문을 노크했다.

 

레이 : 왜? 나에게 볼일이라도 있어?

지휘사 : 아니, 아직 안 자는구나 싶어서. 계속 작업만 하면 지치지 않아? 조금 대화 나누며 숨돌리는 건 어때?

레이 : …뭐, 얘기 나누는 것 쯤이야. 어차피 나도 메일 작성이 다 끝났고 말이지.

지휘사 : 조금 궁금한 게 생겼는데, 레이는 왜 이번에 이런 이벤트를 연 거야?

레이 : …응? 아… 별 거 아니야. 여름엔 당연히 바닷가에 가고 싶은 거 아니야? 중앙청의 사람들도 다들 고생하고 있으니, 한번 초대하는 것 쯤이야 별 것 아니지.

레이 : 네 표정을 보니, 내가 이렇게 정이 넘치는 사람인줄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군.

지휘사 : 아니, 별로 그런 생각으로 말한 건… 그저, 의외라고 생각했어. 왠지 모르게, 레이는 손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.

레이 : 손익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, 애초에 일반인이 할 법한 생각이네.

레이 : 사라지는 건 결국은 사라지기 마련이지. 어떻게 되찾는다 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어. "그때로 돌아가고 싶다"라는 생각을 끌어안고 있으면, 과거의 망령에게 사로잡혀 버리지.

레이 : 난 어느 쪽이냐면, 이미 일어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쪽이, 무엇보다 손실이라고 생각해.

레이 : …뭐, 어쨌거나 내가 모두를 해변에 데려온 건, 단순하게 쉬기 위해서라고.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.

지휘사 : 아…그럼 하나 더 물어볼게. 그 케이크는?

레이 : 조용히 해! 그건… 원래 너에게 주려고 했던 상인데,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꺼내기도 좀 그래.

지휘사 : 음?

레이 : 지휘사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, 상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말야.

지휘사 : 그렇구나. 그럼, 사양하지 말고 상을 지금 받아가 볼까.

레이 : 음… 정말 별 거 아닌데… …원한다면 직접 가져가.

레이 : 그렇게 즐겁게 웃지 말고 어서 가지러 들어오기나 해!

 

레이는 방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오늘 아침에 본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꺼냈다.

 

레이 : 방에서 다 먹은 뒤에 나가는 게 좋을 거야.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말라고!

지휘사 : 음?

레이 : 들키면 귀찮아 질 거야… 뭘 망설여? 감격스럽게 받으라고!

 

조심스럽게 레이의 손에 있는 작은 케이크를 가져갔다. 그녀의 붉어진 얼굴이 화가 나서인지, 아니면 수줍어서 붉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.

 

레이 : 흥, 영광인 줄 알고 먹으라고!

 

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케이크. 담겨있는 것은 소녀의 감사 뿐이 아닌 듯 하다. …뭔가 소중한 감정이 더 담겨있는 건가?

 

레이 : 너, 내가 만든 케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? 이거밖에 없어. 더 먹을 거면 먹고, 말 거면 썩 꺼지라고!

지휘사 : 잘못…잘못했어. 콜록 콜록…아가씨의 것이라면, 뭐든 다 최고라고.

지휘사 : 고마워, 레이. 이번 여행…전부 네 덕분이야.

레이 : 흥, 당연한 거 아니야? 다 먹었으면 네 방으로 돌아가. 한밤중에 다른 사람이 찾아다니게 하지 말고.

레이 : …잘자.

 

마침내 방에 돌아가, 한숨을 내쉬었다.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갔구나…

이곳에 와서, 모두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. 정말 의외였다.

 

내일은,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?

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, 어느 샌가 깊은 잠에 빠졌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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