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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원한 7일의 도시/:: 이벤트 스토리

[백업] 영원한 7일의 도시 :: 여름과 바닷바람 - 5

by DACHAE_ 2021. 6. 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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니유 :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네! 다들, 정신 차렸어?

와타리 : 흐아암…잠을 설쳤어요…

앙투아네트 : 환경이 바뀌어 잠이 오지 않는 건 흔한 일이죠.

니유 : 어제는 워밍업 이벤트였을 뿐이라구! 오늘의 정식 종목을 발표할게― 초강력 비치발리볼! 신기의 힘은 사용해서는 안 되며 승리하는 쪽은 안이 만든 초 호화 특제 빙수 세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!

 

안이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…손에는 호화스러울 정도의 빙수가 놓여 있다.

 

니유 : 유우토가 예술 계열이지만 체육 능력 역시 뛰어나다는 얘기를 들었어. 자, 승부다! 유우토!

유우토 : 음… 비치 발리볼이요? 로나크 씨는 어떠신가요?

로나크 : 넌 음악가지? 손가락을 조심해. 내가 서포트해 주지.

니유 : 오―상대팀은 결성 완료! 그럼 우리 팀은?!

앙투아네트 : 후후, 저는 참가는 힘드니까…대신 심판을 볼게요.

와타리 : 와…와타리는 점수를 기록할게요!

레이 : 그렇다면, 남은 참전 가능자는 나 뿐인 것 같네. 지휘사는 참가 안 해?

지휘사 : 나는 목숨이 아까우니까 상황을 지켜볼게… 그나저나, 레이는 이런 서민 이벤트에 별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.

레이 : 하지만, 안 특제 호화 빙수라고…절대 양보할 수 없어!

지휘사 : …? (레이의 눈빛이 뜨겁게 변한 것 같다)  크흠, 신기사의 싸움이라… 한번 봐야 할 것 같네.

니유 : 그럼 바로 시작하자! 받아라―! 나의 새로운 스킬, 고속 회전구―!

 

눈앞에 있는 배구공이, 평소에 보던 것과는 좀 다르다…… 

니유가 높이 뛰어올라 가녀린 몸으로 이렇게 강력한 힘을 내다니. 

로나크는 넘을 수 없는 철벽처럼 네트 앞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. 공이 정말 너무 빨랐다.

처음에는 열심히 집중해서 점수를 기록하던 와타리가, 점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더니, 지금은 혼란에 빠져있다. 

…그저 빙수일 뿐인데! 너무 필사적인 거 아닌가?!

 

와타리 : 모두…의…공이…잘 안 보여요…으아…

 

휘익―! 갑자기 배구공이 엄청난 바람과 함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… 아파라!

 

니유 : 저기――지휘사, 공 좀 주워줘!

지휘사 : 아…내가 주워올게. 기다려.

 

배구공은 백사장 위에서 빠르게 굴러다니다가 순식간에 바닷가의 암초 뒤로 사라졌다. 

가까이 가 보니, 어제 니유와 와타리가 발견한 동굴이었다.  주위에 배구공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. 

안으로 굴러들어갔나?  

 

 

 

 

동굴의 안으로 들어가 보니…매우 어둡다.

 

지휘사 : …입구에서 공을 줍기만 하면 되니,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겠지?

 

레이는 이곳이 미로이고, 아무리 미로라 해도 깊이 들어가지 않는 한 괜찮다고 말했다. 

 …그렇게 생각하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.

 

그러나 예상과 달리, 동굴에 발을 들여놓자마자, 순식간에 어둠에 사로잡혔다. 

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았다.  눈 앞에 손을 대 보아도 손가락 하나 보이지 않고, 이제 등 뒤에 비치던 빛도 자취를 감추었다.

 

지휘사 : 어…?

 

두리번거려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. 몸 뒤로 펼쳐진 것은 암흑 밖에 없었다. 

마치 동굴에 들어온 뒤, 동굴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.

 

지휘사 : …어, 농담이지…?

 

몸을 돌려 두어 걸음 걸어갔지만, 펼쳐진 건 여전히 어둠 밖에 없었다.

소리마저 암흑에 묻혀,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다.

전진이든 후퇴든 모두 암흑 뿐이다.  완벽한 암흑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―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전술 단말기를 꺼내려고 할 때, 내 손 위로, 다른 손이 올라왔다.

 

??? : 저기, 길을 잃은 거야?

지휘사 : 누구지?!

 

잡히기 전에, 그 손은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. 전술 단말기가 켜졌지만, 눈 앞은 여전히 암흑 뿐이었다.  

문제가 있는 건 주위의 암흑이 아니라 내 눈인 것 같다.

 

??? : 넌 세계선을 넘었어.

 

뒤에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. 고개를 돌리자, 그곳에는 여전히 아무 것도 없었다.

귓가에서 소녀의 웃음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.  다시 고개를 돌리자, 까만 동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.

 

지휘사 : ……뭐지?

 

확실히 동굴이었다.  뜨거운 태양이 바깥쪽의 백사장에 내리쬐고 있었고, 뜨거운 열기 속에서 풍경이 뒤틀리기 시작했다.  마치 이 동굴이 있는 곳만 다른 세계인 것처럼―

 

 

동굴을 지나자 눈 앞이 환해졌다.  

방금 느꼈던 왜곡된 감각을 떨치고 나가자, 확실히 섬의 반대편이 눈에 들어왔다. 전혀 인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…… 자연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.  

 

백사장의 그늘진 곳에는 한 파란 머리 청년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옆에 있는 붉은 머리 여성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.

 

[푸른 소나타] : 이곳은 정말 덥네…… 겨우 쉬게 됐는데 또 모르는 세계로 오게 되다니……

[붉은 멜로디] : 알 수 없는 나라와 신세계 같은 곳도 가 봤으니 익숙할 줄 알았는데. 그에 비해 이곳은 제법 멋진 백사장이잖아.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충분히 즐겨보자~

[붉은 멜로디] : 아, 여기 봐! 동굴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어!

지휘사 : 아, 안녕? 너희들은…누구야?

[푸른 소나타] : 음……저희는 외부 세계의 여행객으로 대해 주시면 돼요.

 

청년은 뜨거운 태양 속, 한 줄기 바닷바람 같은 미소를 지었다.

 

[푸른 소나타] : 누군가가 「이 세계에」 「다름」을 선사해달라고 했어요. 그래서 우리가 오게 됐죠.

지휘사 : 이 사연…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말이야. 아마 어느 겨울날에…

지휘사 : 확실히, 너희가 이 세계에 온 뒤,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.

지휘사 : 너희가 오고 나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는지, 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… 나와 이 동굴 너머에 있는 섬의 반대편으로 가지 않을래?

[붉은 멜로디] : 상관없지만… 몇 번이나 시도해봐도 동굴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만 해요.  만약 "동굴의 다른 쪽"에 있는 뭔가를 지표로 삼지 않는다면, 절대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없을 거에요.

[검은 양] : 그리고, 내가 당신을 잡았기 때문에 당신이 이곳으로 올 수 있었지.

 

눈 앞에 나타난 소녀의 목소리는 동굴에서 들은 것과 똑같았다.

 

지휘사 : 아…다시 정리 좀… 그러니까, 우연히 이 섬에 오게 됐고, 여기 갇힌 거라고? 맞지?

[순백의 복음] : 갇혀있는 걸까… 하지만, 이 백사장에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걸요. 그래서 심심하지 않았어요.

지휘사 : …잠깐. 방금 본 당신은 검은색이었던 것 같은데?

[순백의 복음] : 검은색? 모르겠어요.

 

순백의 소녀가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

…아주 잠깐,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.

 

지휘사 : 어쨌든, 확실한 건… 너희 정말 이 섬에서 조난 당했구나!  하지만 내가 이 동굴을 통해 건너왔으니, 동굴을 통해 돌아갈 수도 있겠지!  동굴만 통과하면, 이 해변을 벗어날 수 있어!

[검은 양] : 하지만, 힘이 다 빠졌어…  휴, 정말 우리를 바깥 세계로 데리고 나가줄 수 있어?

지휘사 : 역시 제대로 봤네. 이번엔 검은색이 나타났잖아…

[검은 양] : 이 동굴은 매우 불안정한 세계선이지. 이 쪽의 세계와 저 쪽의 세계는 매우 다르지만… 우리를 저 쪽의 세계로 데려다 줄 수 있어?

지휘사 : 가능할 거야. 나는 바위굴에서 널 만나서 이곳까지 올 수 있었잖아. 내가 너희와 함께 한다면 이 동굴을 통과하여 섬의 다른 한 쪽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야.

 

바깥의 햇빛은 점점 더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. 거기에다 동굴에서 보낸 시간까지 고려하면…여기에 더 있다간 안에게 단단히 혼날 것 같다.

 

지휘사 : 꽉 잡아.

 

바로 뒤에서 웃음기가 담긴 대답 소리가 들려왔다. 난 숨을 깊게 마신 뒤, 동굴의 암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.

 

 

 

ㅡ이윽고 어둠이 주변을 덮었다.

몸은 두 세계 간의 교량이 되어 새카만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갔다.

수 분, 십수 분, 수십 분. 어둠 속에서 시간 개념은 점차 사라졌다. 

이렇게 계속 삶의 끝까지 걸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.

자신이 너무 경솔했던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. 

그들을 데리고 백사장을 떠날 수 있다고 허풍을 떤 건 너무 오만했던 게 아닐까…?

 

절망이 암흑과 같이 나를 집어 삼키고 있을 때, 갑자기 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. 

아주 가까운 곳에서…누군가가 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다.

인간의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.

 

ㅡ그 때, 갑자기 눈앞에 드리워진 어둠에 얕은 틈새가 생겼다.

 

유우토 : 거기 누구 있어요?! 지휘사님? 당신인가요?

 

암흑이 채 걷히기도 전에, 왼손과 오른손이 각각 유우토와 안에게 붙잡혔다.

 

유우토 : 다행이에요. 당신이 동굴에서 길을 잃은 줄 알았거든요.

안 : 정말 걱정했어요! 뒤의 저 분들은?

[검은 양] : 안녕하세요. 전 [검은 양]이에요.

 

아까 동굴 속에서 헤맬 때, 분명히 노랫 소리가 날 끌어당겼는데……

 

 

드디어 익숙한 모래사장으로 돌아왔다――손님 몇 명을 데리고.

 

앙투아네트 : 지휘사님,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. 이 분들은…

레이 : 왠지 익숙한데… 설마…  어쨌든 우선 유람선에 있는 의사에게 검사를 받아보러 가자.

[순백의 복음] : 정말 고마워요!

레이 : (…방금 그거… 흰색이었나?)됐어. 따라 와.

 

레이가 그들을 데려간 후, 난 유우토와 아까 동굴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얘기해 볼 기회가 생겼다.

 

지휘사 : 그나저나, 나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실종됐었던 거야?

유우토 : 대략 30분 정도예요. 왠지 이상해서 로나크 씨와 당신을 찾으러 다녔어요.

유우토 : 레이가 조금 화가 난 것 같아요. 당신에게 경고를 했었는데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거겠죠.

지휘사 : 나도 그 동굴이 이공간과 연결되어 있을 줄은…물론 아무도 생각지도 못했겠지!

유우토 : 그 동굴엔 확실히 뭔가가 있어요. 하지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요. 이 세계에는 초현실적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고, 어둠 속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죠.

지휘사 : 하지만, 대체 거긴 어떤 곳이었을까…

니유 : 이봐――빨리 와. 안의 빙수가 준비 됐다구!

유우토 : 하하, 니유 씨가 부르네요. 어서 가죠.

니유 : 휴전 시간은 딱 10분이야. 음료수를 마시며 다음 게임을 준비하자구!

와타리 : 고…공놀이를 더 하는 건가요…

니유 : 음, 이런… 공놀이를 한다면 앙투아네트가 낄 수 없잖아. 모래성 쌓기 어때!

앙투아네트 : 후후, 그것도 좋죠. 최소한 공을 쫓아 다니며 멀리까지 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에요.

니유 : 그럼 어서 시작하자!

 

그리고 모두들 백사장에서 모래를 쌓아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.

잠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, 그들이 쌓아올리는 게 익숙한 형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.

 

지휘사 : 그건 케르베로스잖아? 모래성은...?

니유 : 헤헤헤, 깐깐하긴! 뭘 만들든 아무래도 상관없잖아? 이거 귀엽지!

듀오 : 멍―! 이게 나야? 역시, 내 늠름한 자태는 눈에 띄는구나!

트웰스 : 잘 만들고 있다 멍! 하지만 이 개는 왜 고양이 입을 가지고 있냐! 고양이가 몰래 섞여있다 멍!

니유 : 에이, 너무 신경 쓰지 마!

레이 : 이번엔 이 녀석들이 따라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…  여전히 시끄럽네…

앙투아네트 : 아직 완성하지 못해서 모습이 어색하겠지만… 이 다음이야말로 중요한 부분이랍니다.

안 : 여러분, 음료가 나왔어요.

니유 : 오! 고마워. 여름의 백사장에서 모래 위를 뒹굴거리며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는 건 정말 최고야.

와타리 : 유우토님이 마시는 건―맥주인가요?

유우토 : 음? 맞아요.

와타리 : 유우토님이 술을 마시는 건… 거의 못 본 것 같아요.  예전부터 마시지 않았던 거 아닌가요…

유우토 : 음? 말하고 보니, 그런 것 같아요. 하지만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, 예외로 치죠. 사부님도 뭐라고 하시지 않을 거에요.  로나크 씨도 좀 드실래요?

로나크 : 난 바다에 들어갔다 올 생각이야. 올라온 뒤에 한 잔 하지.

레이 : 지휘사? 빨리 안 오고 뭘 멍하니 있는 거야?

 

모두의 웃음소리 속에서 어지러움이 한층 더 심해졌다.

타오르는 태양 아래 이글거리는 공기가, 마치 또 다른 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. 

 

영원히 편안한 즐거움이 지속되는 세계에 말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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